Imf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은 왜 불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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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집값’, ‘소비 침체’, ‘장기 침체’... 요즘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키워드들이다. 2020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을 두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SNS 및 뉴스 헤드라인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을 지나면서 팬데믹 이후에는 ‘장기 침체’와 ‘하락’이라는 단어들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반복되고 있다.

2025년 현재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는 ‘폐점 도미노’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팬데믹 직후 일시적인 반등을 보였으나, 이후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SNS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들(숏츠, 릴스 등)에서는 ‘IMF의 귀환’, ‘대한민국 파산?’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들이 빠르게 퍼지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말 한국 IMF를 다시 겪을 수준일까?

TL;DR - IMF 수준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일본처럼 급격한 정책 변화를 겪진 않았어도,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경제 구조와 높은 가계·기업 부채로 인해 여전히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냉전 이후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무역은 달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한 나라의 경제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려면 환율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기본적인 접근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며, 달러 환율이 1,050원을 기점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같은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2023년 이후로는 ‘부동산 급등’보다는 ‘경기 침체’, ‘금융 위기’ 등의 키워드가 점차 부상했고, 달러 환율은 1,500원 초읽기를 보였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부동산’은 여러 국가의 경제를 좌우해온 핵심 변수라는 사실은 역사적 사례로 증명된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Great Recession)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모두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된 위기로 평가된다. 초저금리 정책은 LTV(Loan-to-Value ratio, 담보인정비율) 및 대출 기준을 완화하며, 부동산에 대한 장기투자를 유도했다.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은 상승했고, 많은 사람들이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몰려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등하자, 모기지(mortgage)를 갚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했고, 시장에 미분양 부동산만 태반으로 쌓이게 되었다. 결국,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국가의 유동성도 마르기 시작했고, 이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바로 ‘경제 성장 욕심에 이끌린 급격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상황은 미국이나 일본의 위기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급등’과 ‘급락’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되며 위기론이 제기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급격한 정책 변화—예컨대 LTV 완화나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로 인해 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국가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부분 40% 이하이며, 심각하다는 영국 마저도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5년 현재, 가계부채는 GDP의 95%, 기업부채는 100%를 넘어선 상태다. 쉽게말해서, 매년 개개인이 벌어들인 수익보다 갚을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2018년 이후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한국은행은 경제의 유동성을 공급하고자 금리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했다. 저금리로 풀린 자금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실물 경제보다는 부동산 투자로 대거 흘러들었고, 이 시기부터 자영업 비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0년에는 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하락하며 경제에 일시적인 활기를 불어넣는 듯했지만, 부동산 과열과 대출 증가라는 부작용도 동시에 일어났다.

이후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Fed)와 발맞춰 2021년부터 다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대출 규제와 신용 기준을 유지한 채 LTV 기준도 크게 완화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일정 수준의 통제력을 유지해온 것이다.

현재 많은 시민들이 SNS를 통해 ‘부동산 급락’이나 ‘경기 침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는 이유는, 2018년 이후 빌린 돈들이 이제 상환 시점에 다다르며 서서히 뱉어내고 있는 자연적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과거 대출로 급증했던 자영업이 최근 들어 줄줄이 폐업하는 것도, 자금 회수 국면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전체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몰려 있는 한국 특성상, 집값 하락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역효과도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시장을 흔드는 급격한 금리정책을 자제해왔고, 이는 과거 미국이나 일본이 겪은 심각한 경기 침체와는 궤를 달리할 수 있음을 알수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위기감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TL;DR - 단순한 경제 지표보다 더 큰 문제는 '심리'다. 한국은 여전히 수출이 아닌 부동산 중심 투자 심리에 갇혀 있으며, 이는 제조업 약화와 기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조적 부동산 편중, 자영업 과잉, 저출산까지 맞물리며 탈출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짜 위기는 단순한 수치나 지표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투자 심리에서 비롯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사람들의 보편적 꿈이 '건물주'인것 처럼 심리는 자꾸 부동산 투자에 집착하게 되고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본질적으로 '수출 중심' 구조로 성장해온 나라다. 실제로 인터넷만 검색해보아도 GDP와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시기를 보면, 언제나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던 구조였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 그 자금의 80%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과 중소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기술 투자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가의 수출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 기억해야 한다. 성장을 멈춘 순간, 제조업 및 자원 강국인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 일본 등 경제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들이 우리를 돕는 데는 한계가 있는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은 회사 및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다음 직장 대신 자영업 (음식점, 헬스장 등)으로 발을 내딛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 필요한 산업 분야에 대한 재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투자와 채용 여건을 개선하여, 다시금 수출 주도형 성장 기반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국 상황을 ‘Feedback Loop from Hell”, 의역하자면 ‘탈출 불가능한 부정적 반복 구조’ 라고 설명하고 싶다. 경제적 구조 문제에 더해, 한국은 동시에 저출산 문제까지 겪고 있다. 저출산은 단순히 인구 수의 감소만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이끌 인재의 부족, 그리고 인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글을 마치며..

한국은 지금 일본이나 미국, 다른 나라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독특하고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사람이 자신의 손톱이 자라는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자란 걸 알아차리는 것처럼—한국 사회도 위기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체감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다다라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책은 계속 미뤄지고 있고, 단기적 처방만 반복되며, 사태는 점차 누적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위기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막기엔 너무 늦은 시점일 수도 있다.

이제는 정치권도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며,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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