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플랫폼 정하기 (상)


블로그는 왜?
적지 않은 시간을 개발자로 살아왔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업무 상 개발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그 긴 시간동안 나는 어디에도 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Notion
이나 Obsidian
을 사용하며, 개인적인 메모는 수없이 해왔다. 하지만 그건 그냥 메모지, 글이 아니다. 그래서 글을 남기기 위해 블로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흔적은 왜 글로 남겨야 할까?
첫 번째,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다.
시대가 그렇다고 해서 꼭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 자신을 어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개발자라는 티가 안 난다. 외형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명함을 들이밀라는 뜻도 아니다. 한번에 나를 설명할, 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나도 다른 포스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개발자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Tistory
, velog
등의 플랫폼에서 많은 개발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나도 역시 업무를 할 때, 개인적으로 공부를 할 때, 블로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니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베풀어야 한다. 지식과 경험은 꽁꽁 싸매고 있을 때보다, 나눌 때 더 가치가 있다. (근데 내가 그만한 정보가 있기는 한가?)
물론 이제는 포스팅 보다 AI의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 하지만 AI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존재는 아니다. AI는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결과를 도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영상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직은 할루시네이션이 있다. AI가 알려주는 모든 정보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래도 누군가는 AI가 학습할 재료(정보)를 제공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정보가 정말 맞는지 자신이 직접 정보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직까지 인간은 정보를 퍼뜨릴 의무가 있다(?).
…
이 외에 자잘한 이유도 많고, 쪽팔린 이유도 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이 2가지 정도가 되겠다. 뭔가 이유도 없이 그냥 블로그를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유도 목적도 없다면 이게 습관이 되기도 전에 금방 그만두지 않을까?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이유를 정리해봤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나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아주 작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아직은 그게 폭발하지 않고 잠재적인(?) 상태인 게 문제라면 문제. 어쩌면 개발 블로그가 아니라 다른 블로그에 더 많이 쓸지도 모른다.
플랫폼 정하기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 글을 쌓기 위한, 그 공간을 정해야 한다. 나는 이게 참 오래 걸렸다. 그냥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해도 모자랄 시간에 플랫폼만 일주일 넘게 고른 것 같다. 훗날 이 고민의 시간들이 쓸데없는 것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후보 정하기
꽤 많은 플랫폼을 후보로 두고, 그들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교했다. 그렇기에 난 지금 Hashnode
를 선택한 것이다. 메이저한 몇 가지의 블로그만 봤다면… 아마도 그냥 Tistory
를 했을 것이다. 솔직히 막판에는 Tistory
로 돌아갈 뻔했다. 정말 대단한 서비스야.
Tistory
Brunch Story
Github Pages
Medium
velog
Wordpress
inblog
Ghost
Hashnode
BlogPro
이 외에 더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기억 나는 것만 적었는데도 10 개나 된다. 자 그럼, 각각의 후보들이 왜 탈락했는지 간략하게 적어 보겠다.
(1) Tistory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고민 하기 싫다면 그냥 Tistory를 추천.
솔직히, 정말 좋은 서비스이자 플랫폼이다. Ghost
를 비교할 때만 하더라도 그냥 Tistory
로 돌아갈지 흔들렸다(원래 Tistory는 조금씩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비교할 나머지 9 개의 블로그 플랫폼들 모두 Tistory
보다 나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못한 점도 많다. 그만큼 Tistory
는 정말 대부분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
스킨을 편집하고, 도메인을 바꾸고, 메뉴를 수정하는 등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글을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태그로도 나눌 수 있다. 도메인 점수가 높고, (스킨에 따라서) 성능과 SEO가 준수해서, Google 검색 결과에 노출이 잘 된다.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하기 위한 정보도 많다. 마크다운도 지원한다. 치킨 값이라도 벌고 싶다면 Google AdSense를 붙여 돈을 벌 수도 있다. 블로그 통계가 자세히 나타난다. 앞으로 소개할 다른 플랫폼들은 대부분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솔직히 말해서 단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Tistory
를 하지 않았을까?
딱 한 가지 이유다. 그냥 Tistory
가 질렸다.
(2) Brunch Story
일단, 개발용 블로그는 아니다.
글을 작성하는 경험이 좋다…고 한다. 나는 아니었다. Brunch
는 일단 작가로 승인이 되어야 한다. 그만큼 글빨 좀 날리는 사람들이 글을 작성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나는 Brunch
에 대한 기대가 컸다. (참고로 아직 작가로 승인되지 않아서 글을 쓰고, 저장만 할 수 있었다)
글 쓰기 경험이 엄청 좋을 것 같은데?!
글쎄, 그냥 평범했다. 아니 오히려 별로였다. 남들은 좋다는데, 내게 Brunch
글쓰기 경험이 훌륭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마크다운을 지원하지 않는 점 때문이 아닐까…
요즘 웬만한 블로그 플랫폼은 마크다운을 지원한다. 그리고 Notion
이나, Obsidian
과 같은 여러 메모 애플리케이션에 익숙한 개발자들은 더욱 더 마크다운에 익숙하다. 바로 거기서부터 도통 매끄럽지가 않다. 아니 글이 써질 수가 없다. 코드를 작성하기 위한 코드 블록이나, Syntax Highlight도 없다. Gist
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외부 도구를 활용해야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은 일단 감점 요소다. 그리고 분명히, 이 사소한 것들이 포스팅을 방해할 것이며, 그만큼 블로그 운영을 귀찮게 만들 것이다.
그래도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그 퀄리티는 정말 좋다. 대부분 에세이 글들이 강력하다. 그래, 개발 블로그로는 아니다. 나는 지금 개발 블로그를 보고 있는 거니까.
(3) Github Pages
꽤 멋진 선택지.
Github 블로그를 고민하는 당신, 정말 멋진 선택이다. **약간의 ‘귀차니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이만큼 멋진 선택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귀차니즘 때문에 포기한 것인데, 그게 아니라면 Github Pages
는 추천하는 플랫폼이다. 앞서 이야기한 Tistory
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고, 개발자 느낌 풀풀 나는 블로그가 된다. (github.io)
근데, 이게 양날의 검이 된다.
커스텀이 가능하지만, 전부 다 내가 직접 수정해야 한다. **“개발자인데 그게 뭐가 어려워?”**라고 하기엔 그냥 좀… 귀찮다.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긴 한데, 테마(jekyll
)에 따라 좀 애매하다. 또 마찬가지로 테마에 따라 SEO가 다를텐데, 개인적인 체감으로 한글 문서 한정으로는 Tistory
보다 도메인 점수가 낮은 것 같다. 마크다운은 지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마크다운으로만 글을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CMS
가 아니기 때문에 .md 파일을 작성하고 커밋과 푸시를 수행해야 한다. 즉, 포스팅을 하는 느낌 보다는 그냥 commit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Github 잔디가 깔린다. 당연하게도, .md 파일을 commit 하기 때문이다. 매일 코드를 작성하지 않아도 잔디를 깔 수 있는 굉장한(?) 방법이다. 역시 Google AdSend를 붙일 수도 있고, 페이지 성능도 빠릿한 편이다.
앞서 비교한 플랫폼들과 마찬가지로 서버 비용의 부담은 없지만, 반대로 관리의 부담이 있다. 난 그저 글을 작성하고 싶을 뿐이다.
(4) Medium
글쓰기 경험은 최고다. 진짜로.
글쓰기 경험이 너무 좋았다. Hashnode
로 결정한 지금도, Medium
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정말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UI가 좋다. 탁월하다. 단축키도 복잡하지 않고 반대로 더 좋았으며, TK와 같은 기능은 정말 신선했다. (TK는 소스 코드로 비교하면 // TODO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가장 큰 압박은 역시 영어라는 것이다. 글은 한글로 작성하면 된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럼 영어가 문제인 이유는 뭘까? 바로 Medium
이라는 생태계 자체가 영어라는 것 때문이다. Medium
은 정확히 말하면 블로그가 아니라, 그냥 글을 남기는 플랫폼이다. 그러므로 내 블로그가 먼저 보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글들이 먼저 보인다. 글을 나누는 플랫폼이다. 근데 그게 전부 다 영어니까…
Medium
은 “나의 블로그”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의 글들을 Publications
이나, Lists
로 관리하면 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이들은 카테고리의 개념이 아니다. 자칫하면 내 글인데도 유실(!)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Brunch
에 좋은 에세이들이 올라오듯이, Medium
에도 좋은 퀄리티의 기술 포스팅이 올라온다. 개발과 관련된 Tech 부분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양질의 포스팅들이 올라온다. 내가 글을 쓰는 것에도 집중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에도 집중하고 싶다면 Medium은 최고의 선택이다.
단, 양질의 글을 무제한으로 보려면 Membership 가입이 필요하다. 50$/년 인데, Netflix
와 chatGPT
월 구독료를 생각해 보면 그리 비싼 건 아니다.
아무튼 아직 나는 Medium
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일단 지금은 Hashnode
에 집중하려고 한다.
To be continued…
아니, 글이 언제 이렇게 길어졌지? 간략하게 비교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글이 길어졌다. 후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다섯 번째인 velog
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작성하겠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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